늘 푸른 전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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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 바라나시, 엑소더스, 응가꿈 │ ├ 인도




바라나시에서의 이틀째 아침.

알람 울리기 전 잠이 깨어 밖을 보니 구름이 잔뜩이다.

그대로 다시 취침.

이날 일어났을 때까지만 해도 정신적으로 충분히 견딜만 했다.


평온한(?) 강가(ganga = ganges)도 보이고


아이를 안고 가는 어머니의 모습도

한가롭게 대화를 나누는 노인들의 모습도


저 멀리 강가강 중간의 모래톱에 조금씩 모여드는 사람들의 모습도


힘겹게 노를 젓는 강가강의 뱃사공의 모습조차도 평화로워 보인다.

8:30' 정도 일어나 식사를 하기 위해 라가카페로 향했다.

알카 호텔에서 라가까지 가려면 10분 까지는 아니지만 조금 걸어야 한다.

좁은 골목길에 행인이 많다.


여전히 소님은 어디서나 자리를 차지하고 계시고



중간 지점 쯤 이르니 인파가 장난이 아니다.

그 좁은 골목에 사람들이 줄을 지어 걸어가는데 대부분 맨 발이다.

어제 본 소똥, 개똥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고 질퍽거리는 진흙 비슷한 상태가 길 바닥에 고르게 도배되어 있고 그 위를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는 상황.

마침 옆으로 지나던 아주 순박해 보이는 친구가 일요일에는 바라나시 중심에 있는 황금 사원에 사람들이 참배를 하러 가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러면서 블루라씨 어쩌구 말을 붙이기에 거기 안좋은 소문이 있더라고 하니 지금은 스페셜 라씨(환각 성분이 든 라씨로 이것을 먹은 여행자가 정신을 잃으면 지갑을 털리는 것은 물론 여자 여행자의 경우 더 안 좋은 일을 당하기도 한다.)를 팔지 않는다고 했다.

혹시 히말라야 립밤 파는 곳을 아느냐고 물어보니 안내해 주겠다고 하면서 라가 카페와는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복잡한 인파 속을 뚫고 안내하는 가게로 가보니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다, 립밤 따위는 없는.

선물로는 비단이 어떻고 옷이 어떻고......

됐다고 하고는 돌아섰는데 그냥 한 대 패 버리고 말 걸 그랬나 보다.

원래의 길을 찾을 수가 없어 골목길을 빠져나와 넓은 길로 가서는 구글맵에 의지해 겨우겨우 방향을 잡아 라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략 30분 가량은 낭비한 듯 하다.


아점으로 참치김치찌게, 김치볶음밥 + 냉커피. 470rs.

바로 앞 포스트에서도 적었다시피 라가카페 골목길이 화장터로 이어진 길이다보니 식사 중에도 가끔 운구 행렬 지나가는 소리가 들릴 뿐만 아니라 2층에서 창 밖을 내다보면 바로 코 앞으로 대나무 위에 실린 주검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슬슬 속이 거북해지면서 질퍽거리던 길바닥도 생각나고 골목길의 숱한 응가들도 생각나고......

바람을 쐬어야 할 것 같아 라가를 나오는데 라가 입구 가게에 물어보니 립밤을 판다네. 나원.

선물로 가져갈 립밤과 크림 등을 구입했다.  1,114rs.

립밤을 20여 개 사고 세안 용품과 미용 용품 몇 가지를 사왔었는데 여행 초기가 아니었다면 아마 서너 배는 구입했을 거다.

많이 못 사온 것이 아쉽다.

히말라야 제품은 소문대로 정말 싸고 품질이 좋은 편이다.

어제 바라나시 역에 도착하면서 인터넷으로 고락푸르까지 예약해 둔 기차 상태가 wait 8, 9번이라 이게 풀릴 가능성이 있을지 가게에 물어보니 걱정을 안해도 되겠다고 했다.

호텔로 돌아가 샤워 후 체크아웃을 했다.

짐은 맡겨두고 호텔 야외 식당 테이블에 앉아 음료수로 목을 축이는데 한국 젊은이들 몇이 말을 붙여오더니 아버지와 같이 여행을 다니는 솔이가 부럽단다.


그러면서 찍어 준 사진.

물론 자기들 여행기에도 올리겠다며 우리 사진을 찍어 갔는데 어딘가 있으려나?

솔이가 헤나를 다시 하고 싶다고 하여 헤나 가게로 향했다.

convent school 이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수도사들이 운영하는 학교인가 보다, 수사나 수녀를 양성하는 학교는 없을테니.



델리에서보다 섬세하고 정교한 문양의 헤나가 80rs.

이걸 600rs주고 했으니......


또 두어시간 개기다 가트나 한 바퀴하자 싶어 길을 나섰다.

이 때 쯤은 골목을 돌아다니는 것은 거의 힘든 상태.

수많은 응가들에 이미 속이 거북해질대로 거북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트라고 해서 크게 다를 건 없다.

응가만 아주 조금 적을 뿐.

여하튼 상상 이상의 장면들.


여기가 메인 가트인데 근처에서 악수 청하는 남자가 있었다.

마사지사라는 것을 알고 바쁘다고 했지만 자꾸 손을 잡으려기에 어떻게 하는지 보려고 두었더니 어깨를 비롯해 몇 군데 주무르더니 50rs.를 달라고 하기에 10rs.를 꺼냈더니 이번에는 20rs.를 달라고 한다.

"그냥 갈까?"라고 했더니 그냥 받았다.

그러게 바쁘다는 사람 붙잡고 왜 그랴.




아씨 가트까지 가려고 했지만 너무 멀어서 철수네 보트 가게 앞에서 back.



메인 가트에서는 뿌자 의식 준비가 한창이다.

호텔로 돌아가 기차 예약 상태를 확인해보니 wait 8, 9번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면 하는 수 없이 무조건 기차부터 탄 후 서서 가든지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잠시 있다 다시 확인해 보니 좌석이 배정되어 있었다.

다행이다.

점심을 먹지 않았더니 배가 엄청 고파 호텔에서 피자와 초코쉐이크 냠냠. 140rs.

솔이가 인터넷에서 반지 가게 봐 둔 곳이 있다며 만수네 짜이집 쪽으로 가잔다.

아까 간 곳.

똥무더기 뚫고 가는 게 고역이다. ㅠㅠ

결국 주얼리샾은 못찾고 히밀라야 가게에서 이것저것 또 추가로 구입했다.

히말라야 가게는 고돌리아에서 메인 가트로 내려가기 직전 오른쪽에 있다.

라가에서 계란찜정식, 냉커피, 물. 320rs.

그런데 이제는 워낙이 많은 응가들을 헤치고 식사를 하러 가다보니 입에 들어가는 것이 응가인지 음식인지 헷갈리는 정도가 되었다.

카페 밖으로는 장례 행렬 지나가는 소리가 또 들리고......

정말 멘붕 직전 단계.  ㅠㅠ

네팔로 가는 정보가 라가 카페에 잘 안내되어 있어 사진을 찍은 후 얼른 호텔로 가서 짐을 찾아 골목이라도 벗어나야겠기에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겨우 골목을 벗어난 지점인 고돌리아(사거리라는 뜻이라던가?)에 도착해 역까지 갈 릭샤를 흥정하는데 이건 또 부르는 게 값이다.

축제 기간이라 그렇단다.

릭샤꾼과 흥정을 하고 있는데 그곳은 릭샤를 정차시킬 수 없는 모양인지 경찰이 오더니 릭샤 왈라를 몽둥이로 모질게 때려버린다.

아아...... 화가 나려고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속은 거북하고......

역까지 60rs.에 간다는 왈라가 있어 겨우 역으로 향할 수 있었다.

이 때 기분은 엑소더스를 진행 중인 이스라엘 민족에 비한다해도 과하지 않았을 것 같다.





역에 이르니 잠시 행복했지만 이번에는 후덥지근하기 짝이 없다.

도저히 견디기 힘들 정도.

어디 앉아 쉴만한 곳도 없고 기차역 안에 앉아 있으면 돌아버릴 것 같은 상황.

큰 역에는 리타이어링 룸이 있다는 기억에 의지해 역무원인듯한 사람과 경비 등 여러 사람들에게 리타이어링 룸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다들 처음 듣는다고 했다.

20분 이상 돌아다니다 2층 구석진 곳에서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네 시간 정도 기다리면 되는 상태라 에어컨룸을 조금 싸게 쓸 수 없느냐고 물어보니 요금은 깎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에어컨룸은 예약이 풀이란다.

눈물이 앞을 가리기 직전인데 이 사람들이 잠시 의논하더니 새벽 2시부터 예약된 방이 있다면서 그 이전에는 나와야 된단다.

우리 기차가 12:40' 출발이라 상관없을 것 같다고 하니 기차가 연착되면 2시 이후에 다른 방을 주겠다고 한다. 

리타이어링 룸 여건은 나쁘지는 않은 편이다.

우리나라 시골 여관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8평 정도의 넓이에 침대 소파를 배치하고도 여유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침대 시트는 6개월은 갈지 않은 듯 청결 상태는 별로이다.

현지 가격대로는 비싼 편일지 모르지만 5-6명 정도가 이용한다면 나쁘지 않을 듯 하다.

기차 출발 전 개운하게 씻을 수 있는 것만 해도 어디야.

에어컨은 방 넓이에 비해 너무 작아 시원함은 기대말아야 한다.

그래도 샤워를 한 후 약한 바람이나마 에어컨 바람을 쐬니 그제야 살 것 같았다.

천국의 느낌.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기차는 연착.

12:30' 도착이 1:00' 도착으로 바뀌더니 1:30'으로 또 지연.

그러다 2:00'에 도착한다는 안내가 나오기에 플랫폼으로 가서 고락푸르행 기차를 기다렸다.

깔끔을 떨던 솔이도 스타일이 점점 배낭 여행자에 가까워져 간다.

기차는 2:00'에 도착을 했고 배정된 열차칸으로 가보니 대부분이 현지인이고 지난 번보다는 청결 상태가 미흡했다.

그러고보니 카주라호에서 바라나시로 가는 AC3칸은 외국인 전용칸이었던가 보다.

현지인과 섞여있는 상태라 배낭을 자전거 체인으로 묶어두긴 했는데 AC3칸 이상에서는 그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하기야 알 수가 있나.

자리를 잡고 누운 후 잠자리가 바뀌면 쉽게 잠들지 못하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기절.

그런데 자기 전에 혹시나 혹시나 응가꿈을 꾸게 되는 건 아닐까 했었는데 진짜로 밤새 응가꿈에 시달렸다.

호치민에서는 평생 볼 오토바이를 거기서 다 보았다면 바라나시에서는 평생 볼 길거리의 응가를 그 곳에서 다 보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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